국영수를 잘하고 싶다면, RAS를 지켜 주세요
독서·예술·스포츠는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과 배움을 지탱합니다. 공부할 힘과 스트레스를 풀 여유를 함께 키우는 RAS의 가치

시험이 가까워질 때 아이의 시간표에서 먼저 사라지는 것은 무엇일까요. 읽고 싶던 소설, 친구와 공을 차는 시간, 좋아하는 노래를 연주하는 시간이 밀려나곤 합니다. 국어·영어·수학 공부를 더 하기 위한 선택입니다. 그런데 공부를 오래 이어갈 힘은 문제집을 푸는 시간만으로 길러질까요. 아이가 읽고, 표현하고, 움직이는 시간에도 배움을 지탱하는 힘은 자랍니다.
국영수로 채운 시간표에서 놓치기 쉬운 것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과 부모에게 주요 과목의 성적은 현실적인 고민입니다.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고 학습 기회를 마련하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2026년 3월 발표된 ‘2025년 초중고사교육비조사’에서 사교육 참여율은 75.7%였습니다. 전년보다 낮아졌지만, 여전히 많은 학생의 일상에 사교육이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 줍니다.[1]
국영수 성적을 중심으로 시간표를 짜다 보면, 당장 점수로 드러나지 않는 활동은 여유가 생겼을 때 하는 일로 밀리기 쉽습니다. 독서는 국어 지문을 푸는 것으로 대신하고, 운동은 시험이 끝난 뒤로 미루며, 음악과 미술은 진로와 관계없으면 그만해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비워진 자리가 아이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공부에는 글을 이해하는 능력뿐 아니라 집중을 이어가는 몸의 상태, 답답함을 다루는 방법, 다시 시도하려는 마음도 필요합니다. 학습량을 늘리는 일과 함께 이 바탕을 돌봐야 합니다. 이 글에서 이야기하는 RAS는 Reading·Arts·Sports, 즉 독서·예술·스포츠입니다. 세 활동을 생활 속에서 함께 지켜 가자는 관점이며, 하나의 검증된 성적 향상 프로그램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Reading: 스스로 읽는 시간이 생각의 폭을 넓힙니다
국어에서는 문맥과 관점을 읽고, 영어에서는 낯선 언어로 의미를 연결하며, 수학에서는 문제의 조건과 관계를 이해해야 합니다. 세 과목의 학습 방법은 다르지만, 내용을 정확히 읽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은 두루 중요합니다. 독서는 긴 내용을 따라가며 앞뒤를 연결하고, 모르는 것을 만나 질문해 볼 기회를 줍니다.
영국의 종단자료를 분석한 Sullivan과 Brown의 2015년 연구에서는 즐거움을 위한 독서가 10세에서 16세 사이의 어휘와 수학 능력 발달과 관련되어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가정 배경과 이전 성취 수준 등을 고려했습니다. 다만 이는 관찰자료의 관련성이므로, 독서만 늘리면 특정 과목의 점수가 반드시 오른다는 뜻으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2]
가정에서 중요한 출발점은 아이가 읽고 싶은 것을 고를 수 있게 하는 일입니다. 소설, 역사 이야기, 과학책, 스포츠 선수의 전기처럼 관심이 가는 주제에서 시작해도 좋습니다. 영어책이라면 현재 수준에서 무리 없이 이해할 수 있는 책을 고릅니다. 모든 독서에 문제 풀이와 긴 독후감을 붙이기보다, 마음에 남은 장면이나 새롭게 궁금해진 것을 편하게 이야기할 여유를 남겨 주세요.

Arts: 마음을 표현하고, 정답 밖의 경험을 쌓습니다
청소년에게는 자신의 마음을 설명하기 어려운 순간이 있습니다. 시험을 망친 아쉬움, 친구 관계에서 생긴 서운함, 이유를 딱 집어 말하기 어려운 답답함이 그렇습니다. 노래를 부르거나 그림을 그리고 몸으로 표현하는 활동은 이런 감정을 다뤄 볼 또 하나의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드는 것만이 예술 활동의 목적은 아닙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지역사무소는 2019년 보고서에서 3,000편 이상의 연구를 종합해 예술이 건강과 웰빙에 기여하는 근거를 검토했습니다. 다양한 연령과 활동, 연구 설계가 포함된 보고서이므로 모든 청소년에게 같은 효과를 약속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예술 활동을 건강한 삶을 지원하는 경험으로 바라볼 근거는 충분히 제공합니다.[3]
좋아하는 곡 한 부분을 연주하고, 종이에 오늘의 기분을 색으로 나타내고, 친구와 짧은 안무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은 시작입니다. 무엇을 표현할지 선택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고쳐 보고, 함께 만든 결과를 즐기는 과정에 의미가 있습니다. 예술의 가치를 국영수 성적 상승으로만 증명하려 하면, 아이가 즐길 수 있었던 시간이 또 하나의 평가 과제가 되기 쉽습니다.
Sports: 몸을 움직이는 시간도 공부를 뒷받침합니다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다고 언제나 집중해서 배우는 것은 아닙니다. 운동과 신체활동은 체력을 기르는 동시에, 앉아서 보내던 하루에 움직임과 다른 경험을 더합니다. 친구와 경기를 할 때에는 규칙을 지키고, 순서를 기다리고, 결과를 받아들이는 상황도 만나게 됩니다.
WHO는 청소년의 신체활동이 인지 발달, 자존감, 건강과 웰빙 등에 이롭다고 설명합니다. 2021년에 소개한 학업 관련 근거 검토에서도 신체활동과 체육의 긍정적인 역할을 확인했습니다. 동시에 개인의 학업 성과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하므로 운동의 효과를 단순한 점수 공식으로 계산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4][5]
WHO의 5~17세 권고는 일주일 전체를 기준으로 하루 평균 60분 이상 중강도에서 고강도의 신체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주로 유산소 활동으로 구성하며, 고강도 활동과 근육·뼈를 강화하는 활동은 일주일에 3일 이상 포함하도록 권합니다.[4] 이는 매일 한 시간짜리 체육학원에 가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체육 수업, 빠르게 걷기, 자전거, 춤, 공놀이처럼 일상에서 움직이는 시간을 함께 살필 수 있습니다.
운동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이라면 현재 가능한 활동부터 시작해 시간과 강도를 서서히 늘려 갑니다. 경쟁이 부담스러운 아이에게 꼭 팀 경기를 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혼자 걷기보다 친구와 배드민턴을 좋아할 수도 있고, 구기 종목보다 춤이나 수영에 흥미를 느낄 수도 있습니다. 몸의 상태와 취향에 맞는 활동을 찾아야 지속할 이유도 생깁니다.

스트레스를 풀 방법을 배우는 것도 성장입니다
학업 스트레스를 줄이려면 공부 계획과 부담의 크기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그와 더불어 긴장을 풀 수 있는 자기만의 방법을 알아가는 일도 중요합니다. 어떤 아이는 이야기 속에 몰입하며 쉬고, 어떤 아이는 노래를 부르며 마음을 표현하고, 또 다른 아이는 몸을 움직이며 기분을 전환합니다. RAS는 그 선택지를 넓혀 줍니다.
활동을 정할 때에는 아이가 끝난 뒤 어떤 상태인지 살펴보면 좋습니다. 즐거웠는지, 조금 가벼워졌는지, 다시 하고 싶은지를 물어보세요. 연습량과 결과를 놓고 갈등만 커진다면 방식이나 강도를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쉬기 위해 시작한 활동이 새로운 경쟁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RAS를 열심히 하면 과도한 학업 부담도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잠을 줄이면서 활동을 추가하거나, 쉬는 시간까지 모두 계획으로 채우면 취지에서 멀어집니다. 감당할 수 있는 학습량과 충분한 휴식 위에 독서·예술·스포츠가 자리할 때, 일상에 오래 남을 수 있습니다.
새 학원을 더하기 전에, 일주일에 자리를 만들어 주세요
첫째, 지금의 시간표를 함께 펼쳐 봅니다. 학교와 과제, 학원, 이동, 수면을 적고 아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이 있는지 살펴보세요. 이미 빽빽하다면 무엇을 덜어낼지부터 논의해야 합니다. RAS를 위해 반드시 추가 비용을 지출할 필요도 없습니다. 학교 도서관과 운동장, 동아리, 집에 있는 종이와 색연필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둘째, 아이가 다시 하고 싶은 활동을 고르게 합니다. 매일 자기 전 10분 독서, 저녁 식사 뒤 빠르게 걷기, 주말에 좋아하는 곡 연주하기처럼 생활 속 구체적인 때에 연결해 보세요. 이는 시작을 돕는 예시이며, 독서·예술의 의학적 권장량이나 신체활동 권고를 모두 충족하는 시간표는 아닙니다. 세 영역을 매일 똑같이 채우기보다 일주일 안에서 고르게 경험할 기회를 마련합니다.
셋째, 시험 기간에도 완전히 없애기보다 감당할 수 있는 형태로 조정합니다. 긴 운동 시간을 짧은 활동으로 나누고, 읽던 책을 몇 쪽이라도 이어 가거나, 좋아하는 노래를 잠깐 연주할 수 있습니다. 활동 시간을 벌로 빼앗거나 성적이 올랐을 때만 허용하는 보상으로 삼기보다는, 몸과 마음을 돌보는 생활의 일부로 다뤄 주세요.
넷째, 2주쯤 지나 일상을 돌아봅니다. 몇 권을 읽었는지,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와 함께 아이가 즐겼는지, 피곤하지 않았는지, 스스로 이어가고 싶은지 살펴봅니다. 부모가 함께 책을 읽거나 걷는 것도 좋습니다. 이때 성적 변화를 단기간의 합격 기준으로 삼기보다, 지속 가능한 습관을 찾는 데 초점을 둡니다.
입시를 준비하는 시간에도, 아이는 자라고 있습니다
국어·영어·수학을 충실히 공부하는 일과 독서·예술·스포츠를 즐기는 일은 함께 갈 수 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생각을 넓히고, 예술로 자신을 표현하고, 운동으로 몸을 돌보는 경험은 배움을 이어갈 바탕이 됩니다. 우리는 공부 시간을 얼마나 확보했는지와 함께, 아이가 공부할 수 있는 상태를 잘 돌보고 있는지도 물어야 합니다.
청소년기는 입시 결과를 기다리는 대기 시간이 아닙니다. 자신의 몸을 돌보고, 감정을 이해하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하는 시기입니다. 지금 익힌 즐거움과 습관은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삶을 지탱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시간표에 RAS의 자리를 남겨 주세요. 그 시간 역시 아이의 미래를 준비하는 소중한 교육입니다.
글: 굿멘토 연구소 칼럼 · 자료 확인 기준일: 2026년 10월 17일. 본문의 실천 예시는 가정에서 상황에 맞게 조정할 제안입니다. 참고자료의 발표 연도와 연구 대상은 아래에 표시했습니다.
독서·예술·스포츠는 건강한 성장과 배움을 함께 지탱합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활동을 스스로 고르고, 일주일의 시간표 안에서 꾸준히 즐길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 주세요.
함께 살펴볼 자료
- [1] 국가데이터처, 2025년 초중고사교육비조사 결과 — 2026-03-12 발표
- [2] Sullivan & Brown (2015), Reading for pleasure and progress in vocabulary and mathematics — 영국 종단 관찰연구
- [3] WHO 유럽지역사무소 (2019), 예술과 건강·웰빙의 관계에 관한 근거 검토 — 다양한 연령·연구 설계 포함
- [4] WHO 유럽지역사무소 (2021), Physical activity — 5~17세 신체활동 권고 등
- [5] WHO 유럽지역사무소 (2021), 신체활동과 학업 성취에 관한 근거 검토 소개


